MBC 코미디의 황금기이자 개그맨들의 자존심 [옛날 예능]’테마게임’ 1990년대

1990년대까지만 해도 KBS, MBC, SBS 방송 3사 모두에서 코미디/개그 프로그램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버라이어티 중 하나였다. 평일과 주말에 걸쳐 2개 정도의 코미디 프로그램 편성은 기본처럼 받아들여지고 각 회사마다 매년 열리는 공채 개그맨 선발대회는 엄청난 경쟁률로 진행되면서 차세대 스타 발굴의 장이 되고 있다. 이제는 아득한 옛날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 무렵 MBC 코미디는 남다른 인기를 누린 존재였다. 특히 오늘은 좋은 날(19921999)과 함께 테마게임(19951999)은 그 시절 코미디 황금기를 상장했던 추억의 프로그램이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 방송된 「테마 게임」은, 김국진, 서경석, 김진수, 홍기흥, 김효진등을 주역으로 세운 코메디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통 개그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스튜디오에 세트 설치해 촬영하는 10분 이내의 코너를 모아 1시간 정도를 채우는 게 일반적인 형태였다. KBS <쇼!> 비디오 자키(19881991)처럼 고교생들을 단체관람 형식으로 불러 모은 대형 공개 코미디도 없지 않았지만, <한바탕 웃음으로> <코미디 세상만사>(이상 KBS) <코미디 전망대> <웃으며 삽시다>(이상 SBS) 등 199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은 대체로 비슷한 구성의 형태로 시청자들을 찾곤 했다.

드라마 형식으로 차별화 인생의 애환을 녹이면서 큰 사랑을 받고

그런데 테마게임은 기존의 코미디/개그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 매주 2편식 드라마 형식의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 방송된 것이다. 개그코너와 단편드라마의 중간길이 호흡을 맞춰 진행된 <테마게임>은 하나의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여 삶의 지혜와 희로애락을 쉽게 녹여냈다. 이때 방송된 소재는 단순한 코미디로 인상 깊은 내용을 다루면서 코미디 프로그램=아이들이 보는 방송이라는 선입견도 타파한다.

첫사랑 또는 노년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 소재로부터 신분 상승을 노린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얻었지만 더 큰 욕심을 내 파멸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 등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 기준으로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때로는 SF, 공포물, 성전환 등 소재도 거침없이 소개될 정도로 드라마 이상의 파격적인 접근이 이루어져 테마게임은 오랫동안 토요일의 강자로 자리매김한다. PC통신 세대로 불리던 20대 젊은 시청자들의 지지 속에 코미디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경실련 선정 시청자들이 뽑은 좋은 프로그램(1998년)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김국진 등 코미디언들의 탁월한 연기 ● 꿈나무의 등용문 역할도

테마게임의 주인공 자리는 대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기 개그맨들의 몫이었다. KBS 출신 김국진을 중심으로 MBC 공채였던 서경석 김진수 김효진 등은 매주 각 에피소드의 주연을 맡아 배일집 등 고참 개그맨들과 좋은 호흡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아무리 짧은 분량이라 해도 <테마게임>처럼 정극에 가까운 내용은 결코 쉽게 소화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들은 기성 배우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특히 김국진은 진지함과 부끄러움을 넘나드는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녹여 1990년대 후반 연예계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 무렵 <테마게임>은 연예계 유망주들의 등용문으로도 각광받았다. 차인표처럼 이미 인기스타가 된 인물뿐만 아니라 최지우 이정현 김선아 이요원 등 갓 배우로 성장한 이들이 주연 또는 상대역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박진영, 김윤아(자우림), 장호일(O15B), 스티브 유(유승준) 등 가수들도 선뜻 연기에 나설 정도로 테마게임은 그 시절 누구나 출연을 원했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소재 고갈, 반복되는 이야기 답습 속 1999년 종영

그러나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김영현(육룡 나르샤), 박혜련(당신이 잠든 사이) 등 훗날 유명 드라마 작가를 배출할 만큼 탁월한 스토리를 매주 만들어낸 <테마게임>이었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표절, 도용 논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는 약점도 드러났다. <마지막 잎>, <파우스트>와 같은 고전작품 오마주를 넘어 <환상특급>(미국), <기묘한 이야기>(일본) 등 해외 TV 시리즈의 내용을 그대로 차용한 방영분도 등장하며 이는 훗날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는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던 당시 방송사의 상황에서도 기인한다.

이에 국한된 제작진만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테마게임은 어느 순간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소재는 고갈돼 매너리즘으로 지적될 만큼 큰 변화가 없는 구성을 시청자들은 조금씩 외면하기 시작하고, 특히 프로그램의 주역 김국진이 1999년 강판되면서 큰 타격을 받는다.

최고의 인기 사극 용의 눈물(19961998)과의 경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못했지만 정작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이기지 못한 채 1999년 11월의 테마 게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4년여의 짧은 시간도 길지 않은 방송 기간이었지만 테마게임은 기존의 코미디 또는 드라마와 차별화된 자신만의 것을 만들고 유행을 주도한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코미디언들이 방송계의 흐름을 주도하던 황금시대의 끝에는 그렇게 테마 게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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