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우주군’ 진출 가속도 붙을까 [경향신문 2020-12-06] 인공위성 연료 재보급 ‘우주주유소’ 곧

미국 기업 오빗 팹이 제시한 우주 주유소 상상도 지구 궤도 여러 곳에 우주 주유소를 띄워 다른 인공위성에 연료를 재보급할 수 있다. 오빗 팹 제공

기존 인공위성 기술부족으로 연료 떨어지면 폐기한 일회용

미시장 내년 6월발사 공언 트럼프 우주군 관심활동 본격화땐 새시장 열릴듯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1957년 우주로 날아간 뒤 인류가 쏘아올린 위성은 모두 500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현재 정상 작동하는 인공위성은 2000여 기다. 발사한 위성에 대비해 정상 작동 중인 위성이 적은 것은 위성이 일회용 제품이기 때문이다. 위성이 필요하면 기존 위성을 오래 활용하는 대신 다시 발사하는 방식으로 인류는 대응해 왔다. 이유가 뭘까.인공위성은 모든 전자장비가 정상이어도 궤도나 자세를 바꾸기 위한 연료가 떨어지면 그 길에 ‘폐기’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우주 공간에서 연료를 재보급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조등 브레이크 등 모든 부품이 잘 작동해도 주유소가 없는 황야에서 기름이 떨어진 자동차는 아무 소용이 없는 셈이다.그런데 최근 지구 궤도를 돌면서 인공위성에 연료를 재보급하는 우주 주유소 시장이 급속히 열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 들어 기술력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관련 장비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출범한 미국 우주군이 전례 없는 우주 주유소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지난주 디펜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우주개발업체 ‘오빗 팹’은 “내년 6월 우주 주유소를 발사할 예정”이라며 “우주 주유소가 지구 궤도에서 상업적·과학적·군사적 목적을 구현하는 필수 자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빗 팹이 지구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한 우주 주유소의 덩치는 사무실 복사기 정도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리는 팔콘 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내부 적재용량은 약 15L이지만 정확히 어떤 연료를 넣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위성연료로는 질소와 수소의 액체형 화합물인 하이드라진이 주로 사용된다.

인류가 그동안 우주 주유소라는 개념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초고온과 초저온, 진공이 공존하는 험난한 우주환경에서 총알의 10배 속도로 돌아가는 인공위성에 안전하게 접근한 뒤 정확히 도킹해 연료를 주입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지난 수십 년간 발사 때 탑재한 연료를 모두 소모하면 멀쩡한 위성이 버려진 이유다. 수십 년간 기술적인 진보를 이룬 최근 들어 이런 문제가 점차 해결되면서 전에 없는 우주 주유소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오비트팝은 특정 위성에 접근해 연료가 누출되지 않도록 밀봉한 가운데 재보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오비트팝이 공개한 상상도를 보면 많은 우주 주유소가 지구궤도 곳곳에 위치해 연료가 필요한 위성과 만날 수 있게 돼 있다. 자동차가 주변 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를 찾듯이 위성에 가장 가까운 우주 주유소에서 연료 재보급을 할 수 있는 것이다.사실 우주 주유소 시장의 형성 가능성은 미국의 거대 우주항공기업 노스롭 그래먼이 MEV-1이라는 위성을 통해 먼저 입증했다. 올해 2월 미국 상업통신위성에 연료를 주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에 오비트팹까지 가세해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자가 잇따라 생긴 셈이다.우주 주유소의 전망은 최근 새로운 고객을 만나 더욱 밝아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에 발족시킨 우주군이다. 적과의 전투나 대치 중에 우주선이나 위성의 연료가 바닥나는 상황을 맞는 것은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작전지역이 제트엔진을 쓸 수 있는 하늘이 아니기 때문에 공중급유기 지원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적이 날려 보낸 우주물체를 요격하거나 지상공격을 하기 전, 또는 작전 중 확실히 연료를 채우는 것은 필수다. 우주 주유소가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태도도 우주군에 부정적인 방향은 아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주군이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군사용 위성은 궤도 변경 등의 기동을 많이 할 수밖에 없고 연료 소모도 크다며 연료 재보급이 가능하다면 우주군 입장에서는 분명 좋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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