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C.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6월의 어느 초여름날이었다.그것은 완주의 한 사찰이었다.절 뒤에 병풍처럼 버티고 선 종남산은 여름을 알리는 푸르름으로 물들었고 연못에서는 곧 있을 연꽃축제를 장엄한 싹이 진흙을 뚫고 그 거친 생명력을 발했고 절을 휘는 개울은 여전히 밋했지만 어딘가 힘이 있었다.절에서 일하고 있는 한 종업원의 부탁을 받았다.”홍콩에서 누가 템플스테이를 왔는데 108배 체험하고 싶어하니까 지도해달라”고.남쪽 먼 이웃나라에서 한국의 그 시골 구석까지 템플스테이를 온 아가씨, 그가 바로 C였다.싱글벙글 웃는 얼굴이 사람을 기분 좋게 했다.요즘 그렇게 순수하게 ‘나에게’ 웃어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조금 당황했다.대웅전에 가서 방석을 깔았다. 절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그녀가 절하는 모습은 어딘가 미숙하고 우스꽝스러웠지만 귀엽게 느껴졌다.절을 처음 하는 것 같았다.우리는 일배 일배 부처님께 함께 절을 드렸다.중간에 내가 절하는 자세를 지적했지만 그녀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그녀의 숨결은 점점 거칠어졌다. 숨결이 점점 거칠어졌다.108번째를 남기고 그녀는 무언가를 기도하듯 잠시 망설였다.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뚝뚝 고여 있었다. 조금 피곤했을 텐데도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그때 그는 무엇을 빌었을까.대웅전을 나오자 C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Do you speak english?””My major is english.””Ah?Really?””But my english is not fluent.””Ah, that’s okay. How old are you?””26 years old””You, 26?I’m 26″”You are 26 years old?””Yes?””You… younger than… likehighschoolstudent.”C는 웃었다.그래서 우리의 대화가 시작됐다.그녀는 친구를 소개하겠다며 나를 이들이 머무는 빨간 먹도 바닥 앞에 데리고 갔다.그녀의 친구 L.L을 처음 봤을 때 저는 C를 볼 때와 다른 종류의 강한 인상을 받았다.백옥처럼 하얀 피부에, 구불구불한 어깨까지 몰고 오는 길고 검은 머리, 그 눈과 코와 입술은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동시에 얼굴에는 기품이 흘렀지만 그것은 아프로디테의 관 노우도 아니고 아테네의 육체미도 아니었다.그것은 아르테미스의 청 순수한 미였다.최근에 본 여성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절세의 미녀 L.L은 나에게 호의적이었다.”Imadeafriend!”과 C가 나를 소개하자”Offerhimatea.”라고 대답했다.차와 과자와 과일을 먹으며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차는 C가 홍콩에 있는 집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보이차처럼 보였다.L이 작고 예쁜 손에서 참외를 깎아 주었다. 마치 어머니처럼.C의 영어는 꽤 유창했고 L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내 영어는 너무 형편없었어.L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끔 C와 나 사이를 통역해 주었다.나는 행복했다.초여름이라 그렇게 덥지도 않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불교 진로 친구 홍콩 시위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그렇게 2시간 정도 지나자 나는 그들을 위해 택시를 불렀다.C에게 불교 서적 한 권을 선물했다.한자로 쓰인 책이지만 표지에는 ‘대혜선사 행장’이라고 적혀 있었다.그녀가 그 책을 읽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가끔 그 책을 보면서 내 생각을 할 수도 있어.떠나기 전에 이들은 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그리고 L이 나에게 사진을 보내준다고 해서 번호를 물어봤어.그리고 택시가 있는 곳까지 그들을 데려다 주었다.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아마 다시 보기는 어려울 거라는 걸.C는 홍콩으로 돌아가고 L은 바쁜 직장생활로 돌아가니까.C가 “Nicetome et you, OO”라고 인사를 했고, 나는 “Happytose you, C”라고 대답하며 차 문을 닫아줬다.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과거의 아름다운 기적 같은 사건이었다.
집착
혼자 있을 때는 자꾸 C가 생각났어. 그리고 L도. C와 나누었던 대화와 그때 분위기가 자꾸 생각났다.C에게 해주면 좋았을 이야기와 C의 관심을 끌 만한 말이 자꾸 생각났다.’C가 ~~~~’를 물었을 때 ~~~라고 대답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자꾸 떠올랐다.L은 나에게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다.실망했다. L은 이제 내 마음의 병을 깨달았을까?그래서 내가 가능한 한 빨리 그들을 잊기를 바랐던 것일까?아무 장래성도 없는 관계라 시작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까.열흘 정도 지났을까. 카카오톡 추천 친구 목록에 L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나는 대담하게도 바로 카카오톡을 보냈어. 밤 11시에 “사진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왜 안 보내줘요” 대답이 없었다.말 없는 말을 통해 L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그만두라는 거잖아.아무 발전 가능성도 없는 관계고 살면서 정말 만날 일도 없는 세 사람이 신기한 우연으로 잠시 만났을 뿐이니까.곧이어 나는 8월 말 홍콩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홍콩과 C
나는 홍콩 여행 내내 C를 생각했어.홍콩항의 비릿하지만 불쾌하지 않은 바다 향기를 맡으며 그녀의 머리에도 이런 냄새가 배어 있을까 싶었다.하긴 이 비좁은 홍콩 땅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하늘을 보고 있을 터였다.마천루 사이로 이어진 좁은 골목을 걷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들 속에서 함께 걸으며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과 횡단보도의 탁구소리와 알기 어려운 광둥어, 수많은 외국인과 그보다 더 많은 홍콩인, 동서양이 어우러진 묘한 공간에서… 내가 겪는 이 풍경을 수천 번 경험해 본 그녀를 생각했다.엄마의 손을 잡고 IFC몰에 다니는 아이의 모습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 모습을 들여다봤고,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내려오는 제복을 입은 소녀의 모습에서 그녀의 학창 시절을 들여다봤고, 홍콩 대학역에서 출퇴근하는 대학생과 거리의 젊은 시위대의 모습에서 그녀의 현재를 들여다봤다.그녀가 수천 번 먹었을 로컬 음식을 나도 먹었고, 그녀가 수천 번 탔을 전철을 나도 탔고, 그녀가 수천 번 걸었을 거리를 나도 걸었다.그녀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수천 개의 우뚝 솟은 건물을 보았다. 그녀가 태어나서 먹고 마시고 떠들며 공부하고 노래하고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했을 그 땅에서.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을까.지금은 C에 대한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녀의 나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비록 그녀를 만나지 못했지만, 나는 C에 대해 더 깊이 이해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매듭
운명적인 만남이 있은 지 거의 3개월이 된다.평소 여행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내가 십여 년 만에 여행을 다녀왔다.평소 홍콩에 별 관심도 없던 시골뜨기가 홍콩에 다녀왔다.C와 L은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다.나라는 존재는 이미 잊은 지 오래고.존재의 본질은 외로움. 잊혀진다는 것은 운명이다.슬퍼하지도 기뻐하지도 않는 것이 인생.고마워.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