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로 묻기] ‘수술 vs 관찰’…1cm 미만 갑상선암 최선책은 기사입력 2020년 08월 25일 오전 6:13 기사원문 스크랩 갑상선암 감소 추세지만 ‘작은 갑상선암’ 논란 지속 40세 미만이면 수술이 우선…●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지침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임동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길원 기자 = 김모(53여) 씨는 3년 전 목에 통증이 생겨 간 초음파로 우연히 작은 갑상선 결절(의혹)을 발견했다. 가는 바늘로 결절 부위를 찔러 추출한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세침 흡인세포 검사’ 결과 지름 6㎜의 작은 갑상선 유두암으로 진단됐다. 이에 김씨는 보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를 찾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포함한 추가 검사 결과 주변으로 전이되지 않은 작은 갑상선암으로 확인돼 3년간 초음파로 추적 관찰했다. 하지만 3년이 되던 해에 받은 추적검사에서 갑상선암은 9㎜로 크기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김씨에게 수술을 권유해 갑상선 좌엽을 잘라냈다. 수술 후 6개월째를 맞고 있는 김씨는 “목 부위에 약간의 불쾌감 외에 특이 증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 이미지. 6㎜의 작은 갑상선 유두암(왼쪽)을 수술하지 않고 관찰하던 중 3년차에 크기가 9㎜(오른쪽)로 커져 갑상선 좌엽을 잘라내는 수술을 진행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 이모(59여) 씨는 6년 전 건강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갑상선 결절을 발견했다. 크기는 7㎜로 작은 편이었지만. 갑상선암 등 암 가족력이 있어 대학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았다. 세침흡인세포 검사와 추가 검사 결과 갑상선 우엽에 생긴 갑상선 유두암으로 진단됐지만 다행히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의료진과 상담을 거쳐 수술 대신 추적 관찰을 택했다. 첫 진단 후 3년은 6개월마다, 이후에는 1년에 한 번 초음파로 관찰한다. 이씨는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암 크기에 변화가 없어 지속적으로 추적검사를 받을 계획이다.
이 씨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 이미지. 7㎜의 작은 갑상선암을 초음파로 추적 관찰한 결과 6년 전(왼쪽)과 현재(오른쪽) 영상에 크기 변화가 없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갑상선암, 2013년 이후 감소 추세지만 ‘1㎝ 미만’ 치료 논란 갑상선 결절은 우리 몸의 대사와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갑상선에 생긴 혹을 말하는데 통상 이 중 5~10%만이 갑상선암으로 진단된다.
올해 국립암센터에서 발표한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2017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갑상선암 발생률은 전체 암 중 위암, 대장암, 폐암 다음으로 4위이며 2013년 이후 매년 발생률이 낮아지는 추세다.
갑상선암은 의료 시스템이 발달한 선진국이나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다른 질병으로 화상검사를 하다 발견되거나 건강검진 중 갑상선 초음파 선별검사에서 갑상선 결절이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갑상선 결절이 늘어나는 만큼 갑상선암의 빈도도 증가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우연히 발견되는 결절로 인한 갑상선암의 증가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갑상선암의 발생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1㎝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에 대한 치료 여부다.
지금까지 이렇게 발견된 갑상선암의 대부분은 갑상선 한쪽만 절제하는 ‘엽절제술’을 1차 치료법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이 경우 성신경 손상으로 인한 목소리 등의 변화, 지속적인 인후통과 불쾌감, 갑상선 저하증으로 인한 갑상선 호르몬 복용 등의 후유증이 남는다.
그렇다고 이미 발생한 갑상선암을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따라서 1㎝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 치료는 조기에 갑상선암을 제거하는 수술이 우선적인 치료법으로 적용됐다.
갑상선암 검진[연합뉴스 TV 제공]
작은 갑상선암에 ‘능동관찰’ 증가세…”무조건 관찰할 수 없는” 그런데 2000년대 초 일본에서 1㎝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에 대해 새로운 의견이 제시됐다. 일본의 한 병원이 작은 갑상선암 환자를 수술하지 않고 지켜본 그룹과 수술한 그룹으로 나눠 비교 연구를 한 결과 수술하지 않은 경우에도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특히 소수의 환자에서만 갑상선암의 크기가 증가하고 림프절 전이가 발생하는 결과를 보여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는 ‘능동적 관찰'(activesurveillance)이라는 새로운 방법이 많은 국가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술 이외의 대안으로 능동적 관찰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갑상선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크기 증가와 전이 등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작은 갑상선암을 모두 무조건 지켜볼 수는 없다.
아울러 목 부분에는 혈관이나 기도, 신경 등 중요한 구조물이 많은 만큼 현재 진단된 작은 갑상선암이 능동적 관찰을 하기에 적절한지를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 작은 갑상선암이라고 수술을 미룰 경우 치료 시기를 놓쳐 림프절로 전이되거나 암 크기가 커져 갑상선을 모두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합병증이 커질 수 있다.
또 암을 수술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우울감도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40세 미만이면 관찰보다 수술이 우선…임상연구에서 근거를 마련해야 지금까지 이뤄진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작은 갑상선암에 대한 수술치료 대안으로 능동적 관찰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갑상선암이 빠르게 자랄 가능성이 높은 40세 미만 젊은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우선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 대신 고령에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라면 능동적 관찰을 우선 적용할 수 있다.
갑상선암의 크기가 작아 나이가 비슷한 환자라도 추적관찰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앞서 예시한 김씨 사례처럼 1㎝ 미만 크기의 작은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초음파 추적검사로 추적관찰을 했지만 짧은 기간에 크기가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이씨의 경우는 장기간 크기 변화나 주변 전이 림프절 발생이 없어 수술 없이도 관찰이 가능한 상태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관찰 중인 갑상선암이 자라거나 목 주변 림프절로 전이가 발생한 경우에는 반드시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1㎝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에 대한 치료 방법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아직 능동적 관찰의 임상적 효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장기간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향후 이 부분의 근거를 담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동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임동준 교수는 1997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이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갑상선암, 갑상선 결절 등이 전문 진료 분야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이자 대한내분비학회 정보이사, 대한갑상선학회 홍보이사, 대한신경내분비연구회 학술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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