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 : 심채경 발행일자 : 20201.02.22. 출판사 : 문학동네

어릴 때는 숙제를 하다가 잘 알아야 부모님께 물어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요즘 고민이 무엇인지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부모님은 각자의 인생에서 대가이시지만 내가 가는 길은 그 방향이 좋다. 지구를 떠난 탐사선처럼 내가 내 삶을 향해 뜨겁게 나아갈수록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그렇게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다.

어느 날 아이가 유치원에서 노래를 배워왔다.

저는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우주비행사가 될 거예요.우주비행선을 타고 높이 우주로 날아요.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안 돼! 노래는 계속 이어졌어.

천왕성을 지나 해왕성을 건너 은하계를 여행할 때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을 만나 인사를 나눌지도 모른다.

이쯤 되자 나는 거의 눈물을 글썽이게 됐다.

그렇게 멀리 가? 고르면 엄마는 꺼림칙할 것 같은데?”노래야.” “엄마랑 같이 지구에서 살자.” “응!”

하지만 언젠가는 아이도 내 곁을 떠날 것이다. “엄마는 뭘 알아?”라고 소리치며 내 방문을 닫아버릴 것이다. 독립한다고 손바닥만한 집을 얻은 뒤 숙제는커녕 아무런 조언도 구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더 큰 집을 마련하게 되면 우리 집에 남아 있던 내 짐을 마지막 하나까지 가져와 자기 둥지에 옮겨 놓고는 나더러 끼니를 챙겨라느니, 아프면 병원에 가라느니 야단을 칠 것이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잠시 나를 돌아본 뒤 자신만의 우주를 향해 날아갈 때 나는 그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봐 줄 것이다.보아는 창백한 푸르름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 가져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점 가벼워지고 그 빛마저도 너무 희박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가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 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천문학자라면 당연히 천체관측소에서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온 나였기에 이 책을 보는 순간 멈췄다. 아니라고? 흠, 그렇다면이라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지구상 어딘가에 있는 직업이라는 것은 알지만 내 주변에서는 아마 평생 (찾아간 강의실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천문학자.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천문학자에 대한 생각은 얼마나 피상적이고 오래된 모습인지를 알게 됐다. 그렇다. 요즘은 인공위성과 인터넷과 컴퓨터가 모든 직업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시대 아닌가. 작가는 천문학자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한국의 흔한 연구생, 연구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풀어가는데 그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다. 특히 위에 발췌한 페이지를 읽을 때는 처음에는 웃고 마지막에 가면 울컥했다. 보이저호처럼 태양계 밖으로 떠나는 내 아들을 생각하며 아이가 있는 엄마 아빠라면 이 부분에서 울지 않을 수 없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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