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know who it is (누군지 알잖아)” – POP/STARS 가사 중
그들이 게임으로만 보던 관중 앞에 나타나자 패했다는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알리, 이브린, 카이사, 아카리는 이날 전장을 누비는 본업 대신 축제를 여는 걸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매디슨 비어, 자일라 번스, 걸그룹(여자) 아이들의 미련과 소연도 이들(K/DA)과 함께 공연장에 모인 게임 팬들을 열광시켰다. 롤드컵(LoL 월드챔피언십) 이 열린 2018년 11월 인천 문학경기장은 가상과 현실의 존재가 한데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일종의 메타버스 축제장이었다.
K/DA는 롤의 인기 챔피언(캐릭터)으로 만들어진 K팝 걸그룹. 지난달 인터비즈가 인터뷰한 라이엇게임즈(롤 개발·운영사)의 김준우 브랜드 매니저, 토어·댄·뮤직 팀 총괄(K/DA 기획 담당자)은 케이팝을 좋아하는 동료의 성원에 부응해 K/DA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카페가 생기는 등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이 형성되고 있음을 실감하는 가운데 이들은 K/DA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고 있었다.
라이엇게임즈는 K/DA 데뷔 당시 시청자들에게는 홀로그램 기술로 현장에는 모니터로 이들의 퍼포먼스를 중계했다. 이 공연은 K/DA를 스타로 만드는 한편, 후에 SM 엔터테인먼트 등의 탄생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K/DA는 향후, 롤의 마케팅 수단을 넘어 문화나 엔터테인먼트 등, 타시장으로 확대 가능한 라이엇 게임즈의 주요 자산이 되었다.
데뷔곡 ‘팝스타(POP/STARS)’의 뮤직비디오는 1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가 4억6000여 회에 이른다. 2집 ‘ALLOUT’ 역시 1억 뷰를 훌쩍 넘겼다. 케이팝 뮤직비디오가 1억 뷰를 넘은 것은 싸이,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빅뱅 등 유명 20여 명(개)의 아티스트 정도뿐.
2018년 11월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오프닝 무대에 등장한 K/DA의 모습(영상). K/DA는 실제 그들의 목소리를 연출한 아티스트 매디슨 비어와 자이라 번즈, 걸그룹 ‘미연’, 소영과 합동공연을 가졌다. 영상|라이어트 게임스 유튜브
실은 K/DA는 라이엇 게임즈가 만든 첫 아티스트는 아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미 2014년 가상의 헤비메탈 밴드 펜타킬을 만들어 처음으로 음악유니버스를 구축했다. 펜타킬은 한 명이 상대팀 전체 5명을 일정 시간 안에 연속으로 잡으면 떠오르는 문구다. 게임 용어를 콘셉트로 한 펜타킬은 1집과 2집 모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라이엇 게임즈가 그 다음의 프로젝트로서 선택한 것이 K/DA다.
2018년 롤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선보일 새로운 아티스트를 고민하던 중 케이팝 걸그룹을 기획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내부에 K-POP 팬들이 진짜 많아 문제는 기존의 헤비메탈 밴드를 기획하는 것과 케이팝 걸그룹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작업이라는 점이었다. 단순히 한국어를 쓴다고 해서 모두 K-POP 장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K-POP을 독특하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음악 장르에서 비주얼적인 부분까지 아주 오랫동안 연구를 진행해 왔다. – 지금의 K/DA 음악과 컨셉, 무대는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 또아당
팬들에게 어떻게 보여줄지도 중요했다. 펜타킬의 헤비메탈 장르는 케이팝 걸그룹과 달리 퍼포먼스가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그런데 K/DA는 「정말로 살아 있는 아티스트와 같이 만들어 보자」라고 하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걸그룹을 기획하듯 매력적인 멤버를 모집(챔피언을 선택)해 그에 맞게 역할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게임 속의 암살자인 아카리에게는 걸크러시 래퍼 역할을 맡기는 식이다.
「개성이 있는 챔피언으로 K/DA를 구성하고 싶었다. K-DA가 다양한 인상을 주기를 바랐고 동시에 각각의 챔피언이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했다. 챔피언이 갖고 있는 배경 스토리와 성격을 고려해 알리와 이블린, 카이사, 아카리를 K/DA 멤버로 선정했다. 그 다음은 챔피언마다 성격에 맞게 역할을 부여했다. -알리는 메인보컬과 비주얼, 카이사는 댄서, 이브린에게 디바와 메인보컬의 역할을 부여했다. -또아단
롤 게임 내부에서의 아카리와 K/DA 아카리, 이미지| 라이엇 게임즈 제공
라이엇게임즈의 브랜드 매니저 김준우 씨의 목소리를 담당할 아티스트로는 매디슨 비어, 자일라 번즈 그리고 걸그룹 아이들의 미연과 소연 씨가 선정됐다. 이들은 목소리뿐 아니라 모션캡처를 통해 챔피언의 일부 안무 동작도 연기했다.
라이엇 게임즈가 아티스트를 초청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특정 프로젝트나 브랜드와 피트(Fit)가 맞느냐다. K/DA 멤버별 담당 아티스트를 초청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소연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부터 주목했다. 실력이나 이미지 등이 아카리와 잘 맞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섭외했다. 사실 4명 모두가 (연기) 잘해줘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섭외 못지않게 가장 공을 들인 것이 멤버별 스토리라인을 촘촘히 짜는 일이었다. 팬에게 K/DA를 생물과 같이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성격과 배경 스토리가 필요했다. 라이엇 게임스는 각각의 챔피언이 좋아하는 색깔과 음악은 물론 어디에 살고 어떤 도시를 선호하는지까지 세밀하게 설정했다.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채널로 활용해 가상매체 인터뷰를 하는 등 실제로 연예인이 그런 것처럼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알리의 경우 K/DA 합류 전인 2013년 ‘팝 샤인 어워드’에서 가장 재능 있는 신인 K-POP 아티스트로 선정되었고, 5장의 싱글을 발표한 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라는 휴식기를 가졌다. 소녀 같은 이미지를 탈피한 뒤에는 하이패션의 아이콘이 됐고, 패션위크 기간에는 피날레 드레스를 입고 전 세계 런웨이를 빛내 자신만의 향수 매혹을 선보였다. 물론 창작일 뿐이다.
K/DA ‘팝스타’ 뮤직비디오에서 ‘매혹’ 스킬 쓰는 개미 영상|팝스타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용자들이 궁금해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이 창작했다. 한번은 이게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스토리가 꽉 차 있다. 이렇게 스토리가 탄탄해야 팬들이 K/DA에 대해 더 잘 알고 그렇게 하다 보면 실제 존재하는 걸그룹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DA 팬덤은 확장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처음 타깃으로 삼은 것은 롤을 즐기는 게이머들이었다. 실제로 게이머들은 K/DA에 첫눈에 반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롤을 즐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K-POP을 좋아하는 팬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K/DA를 통해서 롤을 안 팬도 있었다.
「K/DA를 통해서 롤을 알았을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었다. 여러 측면에서 팬층이 넓어지고 있다. 이전에도 IT업계에서 이처럼 아바타를 활용한 사례가 있었지만 실제로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아바타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공연을 했고 굿즈도 나온 적은 없었다. K/DA는 메타버스의 종합적인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케이스를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 ‘김준우’
롤을 좋아하는 팬과 K-POP을 좋아하는 팬 서로 다른 성향의 팬덤이 형성됐기 때문에 마케팅을 진행할 때도 양쪽을 고려해야 했다. 게이머들을 위한 굿즈로 로지텍과 함께 게이밍 마우스를 만드는 동시에 케이팝 팬들을 위한 굿즈로 응원봉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라이엇게임즈는 팬들을 위해 K/DA SNS 계정을 만들어 사진을 올리고 소통하며 팬클럽도 모집했다.
라이엇 게임즈와 로지텍이 합작하여 만든 K/DA 상품, (오른쪽) K/DA 응원봉, 이미지| 라이엇 게임즈 제공
지금부터 K/DA와 라이엇 게임즈의 음악 유니버스는 어떠한 길을 걷게 될까. 김 매니저는 가상 인플루언서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가상 인플루언서, 특히 게임을 기반으로 한 인플루언서는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브랜드적인 관점에서도 앞으로 훌륭하게 키워나갈 것이며 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유니버스의 미래를 탐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 가지 도전 과제가 있다면 아직 우리의 꿈을 완벽하게 이루기 위한 기술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 기술들도 조만간 완성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계속 우리를 주목해 달라는 것뿐이다. 앞으로 어떤 음악 프로젝트를 선보일지는 밝힐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라이엇 게임즈가 가져온 혁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또아단
제작 서정윤ㅣ디자인 김수우 [email protected]
• AI로 만든 가상 얼굴 ‘루이’… 가상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이케아에서 3일간 숙식을 해결한 인플루언서, 실제 인물이 아니다?• 국내 산업계를 들끓게 한 신예 스타 로지를 만든 사람들.인스타 8만, 가상인간이 소통하는 과정은 이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