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 잔, 그리고 스톡홀름증후군을 사랑하는 서울숲-을 거닐며 성수미옥에서

서울숲 근처 성 스미옥에서 와인 한 잔을 마셨다. 당연히 은영이랑 둘이었다. 멋쟁이가 모여 있어서 그런지 요즘 같은 시대에도 성수동 골목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술과 음식을 파는 상점들이 꽤 있었다. 세상에 이런 별천지가 다 있는 줄 알았다.

<선수미옥> 성수동 골목을 걷는 동안 마음 같아서는 올해 안에 대구에 가기로 결심했던 은영이 내년에 이런 곳을 그리워할 자신을 걱정하며 말했다.

형, 한번씩 서울에 오게 되면 이런 데도 들르자. 그리울 것 같아.”

이게 무슨 어리석은 짓이냐.

오빠, 아직 안 끊겼어. 기도를 해라, 기도를”

그리고 대구는 어떤 시골 마을인가. 있을 일은 다 있는 경북의 중심도시에서 이런 망언을 쏟아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은영은 물론 나를 위해 마음을 접었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주려고 그랬으니 내가 공처가가 될 수밖에.

요즘 조그만 식당, 조그만 술집이 생각이 나. 주인의 철학이 엿보이는 집에서 은영과 삶을 이야기하는 즐거움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우리가 쓰는 시간에 의미가 있다. 크고 시끄럽고 규격화된 집도 좋지만 시대가 그래서인지 인생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싶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를 두고 싶다. 이런 것도 나이 탓일까? 아무튼 성수 미옥이가 그런 집이었어

손님은 꽉 차 있었다. 제일 안쪽에 앉은 메뉴를 받자마자, “우리는 와인의 맛을 모르니까, 그냥 이 가게에서 가장 싼 와인으로 해 주세요.”라고 했지만 삼키고 메뉴를 뒤지고 나서, 짐 싸는 가격은 상관없이, “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인데 여기도 파네요라는 목소리로 주문했다.

이거 주세요.”

28,000원짜리 루이 페드리에 브뤼트(Louis Perdrier Brut)였다. 물론 가장 싼 와인이었고 열어보니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이었고 덕분에 상쾌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안주는 오징어전을 주문하였다. ‘와인에 무슨 오징어 부침개가 있냐고 물어보면 ‘Squid Leek Pancake’ 시켰어요. 술과 안주가 들어올 때까지 스낵과자를 먹으며 속삭였다. 옆자리도, 뒷자리도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서 소리를 지르면 넘어갈 것 같았다.

본의 아니게 한번씩 넘어가는 말을 들으니 옆자리도 그렇고 뒷자리도 그렇고 오늘 처음 만난 사이 같았다. 눈치채자마자 은영에게 속삭였다.

미안해. 너한테 궁금한 게 하나도 없어.”

그러자 은영도 얼른 받아들였다.

왜 그래? 나도 선배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없어.”

대신 우리는 25년의 관록에 맞춰 “긴 세월을 고생했다”, “그때 처음 만나 먹은 김밥도 지금 물가로 따지면 이 집 와인값이다”, “왜 그 밥값을 내가 내고 내가 코가 뚫렸는지 모르겠다”며 끙끙 앓던 은영을 달래고 밥값을 한꺼번에 수백 배 빼앗았으니 남는 장사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등 우리 나름대로 낭만을 주기도 한다. 이런 낭만은 스파클링 와인과 스퀴드리크 팬케이크가 나오고 주제가 이들에 대한 분석으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됐다.

술과 안주가 준비되었다. “서울숲을 거닐다 보니 배가 고픈 곳에 술도 마시고 안주도 돌았더니 취기가 빨라졌다. 오징어 살이 탱글탱글 살았던 이따 집에서 리크 팬케이크를 보내 먹을 때 우리도 오징어를 한번 넣어보자

스파클링 와인과 스퀴드릭 팬케이크가 바닥났다. 배도 어느 정도 고프고 술기도 많이 올랐으니 이제 일어나야 하는데 우리보다 먼저 들어온 옆자리, 뒷자리가 자리를 뜨기 전에 일어나는 것은 왠지 낭만적으로 패한 듯하며 종업원을 부른 뒤 가격은 절대 고려 사항이 아닌 거 아시죠? 저희가 정말 좋아해서 마시는 와인이에요. 어딜 가나 2병씩 이 와인은 마셔요.”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주문했다.

똑같은 걸로 한 병 주세요. 메뉴판도 주세요.”

그리고 지금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아, 이 과자도 좀 더 주세요. 맛있네요.

메뉴에서 안주는 딱 2장이었어 그럼 아까 스퀴드릭 팬케이크가 있던 다른 페이지에서 골라야겠다 뭐가 좋을까 은영이에게 선택해 달라고 했더니 스파이시 시셜스 앤드 시스네일스 위드 신 누들스를 선택한 것은 Spicy Seashells and Sea Snails with Thin Noodles. 한국어라면 소라 골뱅이무침이다. 이번에도 가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가격만 고려한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잠시 후 스파클링 와인과 스파이시 시셸스 앤시스네일즈위즈 신누들스가 들어왔다.

우선 스파이시 시셸스 앤드 시스네일스 위드 신 누들스를 잘 섞어 한 입씩 덥석덥석 했다. 스퀴드 리크 팬케이크가 채우지 못한 빈자리가 단숨에 넘쳤다. 흡족한 마음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따르고 한 잔씩 따랐다.

역시 맥주와는 취하는 정도가 달랐다 은영이도 꽤 팔팔한 것 같으니 슬슬 일을 시작해 볼까?

“사진 찍자” “아니 얼굴이 빨개” “너무 귀여워, 오토케 도케”

‘여신강림’에서 이수호가 연기한 명장면을 본떴다. 은영이가 허락받고 두장 찍긴 했는데 보자마자 지우래.

얼굴이 너무 컸다!”

거참 이상하다. 어찌하여 얼굴이 큰 것이 죄인의 세상이 되었을까. 카메라를 건네며 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더니 대뜸 내 뒤에 보이는 남자들과 비교된다며 앞으로 이런 집에 올 때는 면도도 하고 옷도 입으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멋있지 않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괜히 또 그랬다.

순식간에 사라진 소면과 소박에 남은 국물의 유혹에 굴복해 면사발을 추가했다. 배가 불렀지만 어느 때 먹어야 한다는 본능이 강하게 작용했다. 언제 다시 마주칠지 모르는 ‘시스네일 스위즈 신 누들스’가 아닌가. 면 추가가 되면 그동안 와인에 안주를 곁들이던 낭만은 어딜 가나 비빔면에 반주를 곁들인 일상만 남게 되고, 만약 주변 자리에 누가 되면 어떡하나하며 극도로 조심해 맛있게 긁어먹었다. 25년차 낭만은 뭐야, 안 그래?

<소면사리 추가! > ht tps://t v.naver.com/v/18234290

이윽고 일어난 옆자리가 옆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갈 충분한 조건의 절반이 충족되었다. 모든 것을 충족시키려 했지만 필요조건이 집이 아니라 근처의 모텔이 될 것 같아 우리도 일어섰다. 내가 지금 너무 수학적인가? 합성함수 단원보다는 그래도 명제의 단원들이 이해하기 편할 것 같아 명제를 이용했으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결제로 입가심으로 먹어라」라고 초콜릿을 주었다. 양질의 초콜릿이었다. 이런세심한배려가식당을손님들로가득채우는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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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미옥에 가기 전 서울숲을 거닐었다. 매일 저녁 운동을 하는데 이날은 이렇게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했다. 서울이 정말 어려워 보여도 서울숲을 거닐다 보면 나름대로 숨쉬는 곳일 것 같았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성수 미옥>

<은행숲>

<일본사슴의 방사장> 표지판에서 사슴 방사장을 보고 그쪽으로 발길을 돌린 계절이 계절이라 일본사슴은 없을지 모르지만 가보기로 했다. 서쪽인지 눈앞에 날이 저물었던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아, 일본 사슴이 있었어. 길을 잘못 들어서 다리 위에서 구경해야 했는데 일본 사슴이 있었다. 어찌나 온화하게 보이는지 내가 생포하기 전의 은영이었다. 25년간 꽃사슴에서 고양이로 변태하고 있어 모르고 살았는데 꽃사슴을 보니 은영이 정말 꽃사슴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친걸음에 한강까지 가 보았다.

노을이 예쁘게 졌다 서울의 겨울 감성이었다

https://tv.naver.com/v/182 34267 그리고 발길을 돌려 상수동 골목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정말 별천지 같은 고층빌딩들을 보기도 하고 예술작품을 보기도 하고 길을 건너다보면 언더 스탠드 애비뉴(Under Stand Avenue)가 있어서 잠깐 둘러보기도 했다. 빈 가게가 많아서 외로웠는데? 따뜻해지면 잘 되겠지?

<별세계 같은 느낌>

<바람의 한가운데 – 김영진, 1991년>

귀신을 부르는 색이라고 할 수 밖에… >

<언더스탠드 애비뉴> 그리고 상수미옥으로 가서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적인 사랑도 사랑임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밤을 보냈다. 덧붙여 스톡홀름 증후군적 사랑이란 ‘인질된 여성(은영)이 인질범(나)에게 심리적으로 동조해 사랑하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1996년 1월 6일 대구대백플라자에서 잡힌 한 여성이 낚은 남성에게 보여준 심리 변화를 오랜 추적 끝에 밝힌 불타는 사랑에서 비롯됐다.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101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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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n.naver.com/dondogi 살려면 걸어 다녀야 한다, 걸어다니는 것만이 살길이다.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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