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봐” 심채경 64. “천문학자는 별을…

나는 자연계다.그러나 지구과학은 점수가 잘 나온다는 이유로 선택한 과목이었고 시험을 위한 암기만 있을 뿐 별에 관심을 갖거나 우주를 신비하게 생각하는 일은 내게 없었다.내가 살고 있는 ‘지구’ 행성 밖의 공간 어딘가에는 우리와는 다른 어떤 생명체가 있을 것이다. 그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은 없다. 동적인 생물이든 정적인 생물이든 어딘가에 분명 있을 테니까.

천문학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느낀 것은 신비였다.뭔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 나는 밤하늘의 별을 본 적도, 뉴스에서 우주쇼라고 떠들 때도,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나랑 똑같았어. 하는 것만 다를 뿐, 생각하는 건 나랑 똑같았어.한국에서아이가있는엄마로일한다는것,만약야근이나회식을하게된다면물어보는아이는요?라는말에대한불편함. 그것을 박사인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것에 놀랐다.어쩔 수 없네. 하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우주인 이소연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었다.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던 고산이 떨어져 이소연이 우주로 떠나게 된 전말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적혀 있었다. 기억하고 있다. 우주비행사 프로젝트의 목적은 우주정거장에서의 과학실험이었다고 한다. 기계공학과 생명공학을 전공한 이소연이 더 적합했다. 이미 짐을 부쳐버린 뒤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작은 일기만 가지고 갈 수 있었던 그녀. 그렇게 우주에 가서 엄청난 실험을 하고 귀환했으나 귀환 모듈 결함으로 궤도를 이탈해 카자흐스탄에 불시착했다고 한다. 그리곤 한국으로 돌아와 강연과 인터뷰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일회성 프로젝트여서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던 그는 미국 유학 후 결혼했다. 결정을 할때마다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 나도 잘 몰랐다. 일회성 사업인 줄도 몰랐고 그 목적이 무엇인지도.많은 비난과 억측들이 그녀를 감당해야 했던 적은 꽤 많을 것이다.

코스모스를 아직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다는 말에 미소를 짓거나 전공자가 들려주는 별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어다른사람들이보기에는저게대체뭘까라는생각에즐겁게몰입하는사람들.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 내지 않는,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르는 것도 아니고, TV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는 영향력을 가진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신호가 도달하는데 수백년 걸리는 곳에 끝없이 전파를 흘려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동경한다.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P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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