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는 천문학자는 별을

지난주 #가가77쪽에서 구입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 주제에 몰두해, 자신에게 닿은 미지의 신호를 오랫동안 파헤친다. 나는 과학을 전혀 모르면서 이런 특성 때문에 예술가와 천문학자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내 경우도 한 가지 영감을 얻으면 자나깨나 그 생각뿐이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형상을 머릿속에서 매일 시뮬레이션 한다. 심지어 꿈에도 나타난다. 누구한테 물어도 잘 이해시킬 자신이 없어. 천문학자는 그 대상이 지구 밖에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달 또는 목성의 위성 타이탄을 매일 머리 속에 떠올리고 생각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상상했다. 아, 천문학자 친구 사귀고 싶어! 우린 말이 정말 잘 통하는데. 아 하면 되는데 우주, 은하를 생각하면서 그린 내 푸른 그림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천문학 전공의 사람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나는 물 만난 고기처럼 다가갔다. 내가 감동한 칼세이건 코스모스 등 떠들다 뭔가 이상한 기류를 발견하고 대화를 멈추었다. “저 전공은 했지만 천문학은 잘 몰라요.” 아차. 미대에서 미술에 결코 관심을 두지 않는 99%의 사람들과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먹을 다루거나 난을 전혀 치지 못하는 내 사연도 생각났다. 하지만 별 관심이 없는 천문학 전공자라니. 실망은 어쩔 수 없었다. 누구보다 별을 사랑하는 천문학자인 이 책이 그래서 기뻤다. 천문학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자신의 직업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에 대한 이런 고백, 언제 들어도 설렌다.

특히 우주인 이소연에 대한 챕터가 기억에 남는다. 그의 전문성을 전혀 논하지 않고 마치 우주에 놀러 온 사람(먹튀)으로 묘사한 언론의 광기, 그리고 그에 맞장구를 친 한국 사회가 떠올랐다. 그 이유에는 국가가 한 개인을 소비하려는 그야말로 무책임한 욕망도 원인이었겠지만 비난의 중심, 그 핵심에는 그 사람의 성별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 덕분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많이 알았어. 저자는 이소연의 성과와 목소리를 억제하려는 사람이야말로 국가의 세금을 줄이는 먹튀가 아닐까.

또 하나 네이처에 논문이 실리거나 노벨상을 수상해 널리 이름을 알리는 천문학자가 과학자의 대표성을 띠겠지만 이처럼 에세이를 쓰는 천문학자도 한 명쯤 있으면 어떻겠느냐는 저자의 고백에 나는 쌍수를 꼽았다. 어머,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분하다. 이런 분이 학창시절 천문학을 배웠더라면 과포자는 안 됐을 텐데. 저자처럼 “하늘에서 신기한 걸 보면 다시 연락해요”라며 학생들에게 편지를 하는 선생님(그것도 미모의..)을 만나면.. 아쉬움은 뒤로하고 수많은 별빛을 거쳐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행성으로 이동하는 게임이라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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