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3집 연가 발표 살아있는 마지막 실향민 세대를 위한 곡
국악교육 축소 위기에 있을 수 없는 말 할 말은 하는 성격
가수 송가인
【포켓돌 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설운도 선생님이 KBS ‘불후의 명곡’ 출연 당시 “집에서 놀고 있는 선배님들의 방송에도 출연시켜 주셔서 감사하다”고 농담을 해 주셨는데 이런 말씀이 너무 감사하고 큰 힘이 됐습니다. 저도 선배들처럼 후배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변 동료들을 잘 챙겨주고 있습니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은 13일 서울 강남구 소속사 포켓돌 스튜디오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시대의 트로트 열풍에 한 획을 그어 자랑스럽다며 어디를 가든 최선을 다해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데뷔한 그는 오랜 무명생활을 딛고 2019년 TV조선 ‘미스트롯’에서 우승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송가인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적인 성공을 거둔 것과 함께 힘을 쏟아온 트로트가 부흥하는 기쁨을 누렸다.
송가인은 내가 그렇게 트로트 열풍을 일으킬 줄 몰랐다. 어르신들의 아이돌이 됐다며 어르신들의 사랑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이런 스타덤은 감동이자 부담이기도 하다.
그는 “많은 팬들과 선후배들이 보고 있으니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에 늘 어깨가 무겁다”며 “선배님들도 이제 히트곡이 나와야 한다고 하셨지만 욕심내지 않는다. 언제든 때가 있는 법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송가인은 지난달 정규 3집 ‘연가’를 내고 오랜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2집에서는 세미 트로트 장르를 담았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진한’ 전통 트로트로 꽉 채웠다.
타이틀곡 ‘비가 내리는 금강산’은 ‘동백공주’를 만든 고 백영호 선생이 작곡한 노래로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실향민의 간절한 한을 담았다.
송가인은 아마 지금 남아 있는 실향민들이 살아있는 마지막 세대일 것이라며 ‘비가 내리는 금강산’은 이분들을 위한 곡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지인이 북한에 언니가 계시는데 제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났다고 전화해줬다고 했다.
‘미스트롯’ 이후 트로트 열풍이 불었는데 면면을 따져보면 그 세부 장르는 매우 다양하다.
‘이지 리스닝’이 가요계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어렵게 들릴 수 있는 정통 트로트에 천착하는 그의 끈기를 좀 더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제가 국악을 했는데 국악이 ‘찐’이라는 거죠. 국악에 (음악의) 기초를 놓았기 때문에 전통 트로트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구부리는 목, 굴리는 목 등이 전통 트로트의 창법과 비슷하거든요.
가수 송가인
【포켓돌 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송가인은 제가 세미 트로트 같은 가벼운 노래를 부르면 ‘맛’이 나지 않았다며 나만의 장점을 찾을 수 있는 곡이 전통 트로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달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전주 등을 순회하는 전국투어 콘서트에도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팬들과 대면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송가인은 트로트뿐만 아니라 전공한 판소리와 민요 등 국악도 다양하게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음악의 뿌리가 국악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는 최근 국악계에서 일어난 ‘국악교육 축소 우려’에 대해서도 강한 목소리를 냈다.
송가인은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제가 나서야 할 것 같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남들처럼 트로트만 했다면 지금의 원망스러운 목소리도 내지 못했고, 이 자리까지 올라갈 수도 없었다. 얘기를 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하는 성격이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다를 게 없다고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느덧 송가인은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경력 수십 년이 흔한 트로트계에서 그러나 자신은 아직 신인에 불과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송가인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팬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힘든 무명 시절이 있었음을 항상 생각하며 무대에 무심히 서 있다”고 말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데뷔 10주년이 됐네요. 선배들에 비하면 아직 신인입니다. ‘트로트 가수가 아직 10년밖에 안 됐어?’ 이런 느낌이에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