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가수는 브레이브 걸스다. 4년 전 발표한 곡 ‘Rollin’이 유튜브 편집 영상에 주목받아 인기를 끌었고, 마침내 국내 주요 음원 랭킹까지 석권하는 역대급 역주행의 모범 사례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아이유의 2011년 작 내 손을 잡고가 발표 10년 만에 각종 차트 재등장이라는 기현상을 일으키고 있어 최근 음악계는 지각 인기곡 전성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매일 신곡이 쏟아져 나오는 해외 팝 음악계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영화 드라마 CF 등에 쓰이면서 올드팝송의 재주목을 유도하거나 무명과 기존 인기가수의 과거 곡들이 다시 여러 차트에서 맹위를 떨치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머라이어 캐리 웜! 등 각종 크리스마스 캐럴이 연말 한정으로 순위를 재진입하는 것이 상례가 됐다. 또한 SNS 플랫폼 틱톡 챌린지 덕분에 1977년 빌보드 1위곡인 플리트우드맥(Fleetwood Mac)의 ‘Dreams’는 43년 만에 12위(2020년 12월)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인기곡이 적지 않다 보니 편의상 과거 LP나 CD 시대에 한해 해외 팝 음악의 뒤떨어진 역주행 사례를 간략히 정리해 봤다.
노래가 늦게 터졌는데…가수는 어디에?
1982년 셰리프(Sheriff)라는 캐나다의 5인조 록밴드가 있었다. 이들은 그룹 이름을 딴 데뷔 앨범 Sheriff로 모국의 주목을 받았고 국경을 넘어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 록발라드 “When I’m With You”를 싱글로 공개해 캐나다 8위, 미국 빌보드 61위에 올랐으나 이후 멤버 간 음악 견해차로 1985년 팀은 해체되고 말았다.
그런데 6년이 흐른 1988년 라스베이거스 지역 라디오 DJ 제이테일러가 이 곡을 자주 선곡하면서 해당 지역 청취자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점차 다른 지역의 방송 DJ들도 이에 가세하는 등 인기 가능성이 발견되자 미국 캐피털레코드 측은 싱글 재발매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듬해 2월 ‘When I’m With You’는 빌보드 Hot 100차트 1위를 차지했다.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여기저기서 셰리프라는 팀을 찾아 헤맸지만 밴드는 이미 공중분해 된 지 오래다. 뒤늦게 멤버인 프레디 카시(보컬), 스티브 디마치(기타)가 팀 재결성을 추진했지만 다른 멤버들이 이에 응하지 않는 바람에 셰리프는 부활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대신 이를 계기로 의기투합한 프레디와 스티브는 록그룹 아리아스를 결성했고 1990년에는 싱글 More Than Words Can Say를 빌보드 2위에 올려 새로운 인기곡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포크 가수 에바 캐시디도 라디오 DJ의 영향력이 만든 역주행 인기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오디오 기기 애호가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에바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영국 음반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1998년작 <Songbird>는 발표된 지 3년이 지난 2001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앨범 8위(80만장)로 집계되었으며, 지금까지 총 180만장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영국 내 스테디러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에바 본인은 이런 성공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 유감스럽게도 오랜 암 투병 끝에 1996년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기 때문이다.
생전에 발표한 유일한 작품인 <Live at Blues Alley>(1996)를 제작한 인디 레이블 “브릭스 스트리트”는 에바의 가족들로부터 그녀가 남긴 녹음 테이프들을 차곡차곡 모아 앨범에 내기 시작했다. 1998년 <Eva By Heart>를 시작으로 <Songbird>, <Imagine> 등 유명 팝과 전통 포크 음악을 커버한 작품들을 매년 선보였지만, 무명 가수의 유작에 관심을 기울이는 음악팬이 있을 리 없었다. 그대로 잊혀졌던 에바의 음악은 우연히 음반을 접한 BBC 2라디오 Wake Up Wogan의 진행자 테리 우건과 담당 프로듀서 폴 월터스의 전폭적인 선곡 지원 속에 입소문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Over The Rainbow(영화 오즈의 마법사), Fields Of Gold(스팅 원곡) 등 특별한 꾸밈 없이 서정성을 녹인 노래는 리메이크곡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영국 음악 팬뿐 아니라 에릭 클랩턴, 폴 매카트니 등 거장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3장의 앨범이 UK 앨범차트 정상에 오르고, 사후 11년이 지난 2007년에는 What A Wonderful World(루이 암스트롱 원곡)로 UK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게 된다.
1980년대 할리우드 영화 ● 60년대의 올드 팝 부활의 주역
지금은 실물 음반 시장의 쇠퇴, 복잡한 저작권 문제 등에 따른 편집 형식의 사운드 트랙(OST)앨범이 크게 줄었지만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당시의 인기 가수의 신곡”+추억의 올드 팝”을 적절히 섞은 OST발매가 잇따랐다. 해당 영화가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극중 삽입된 음악도 함께 주목되는 등 일석 이조 같은 효과는 당시 할리우드 영화계의 기본 공식처럼 여겨졌다.
현재는 고인이 된 리버 피닉스의 청소년 시절의 명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1986년작<주유소·바이·미>은 동명의 명곡”Stand By Me”(벤·E·킹)가 삽입되어 큰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당초 1961년에 발표된 빌보드 차트 4위에 올랐다 인기 곡이었지만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25년 만에 재등장, 최고 순위 9위에 도달하는 이변을 낳았다. 최근 현대 자동차 그랜저 CM의 BGM으로 새로 각광 받고 있다.
댄스 영화 전성 시대를 벌인 패트릭·스웨이지의 대표작 『 더티 댄싱 』(1987년)도 올드 팝 열풍의 주도적인 작품이었다. 빌딩·메들리와 제니퍼·원스의 “(I’ve Had)The Time of My Life”( 제1위), 주연 배우 패트릭이 부른 “She’s Like The Wind”( 제3위)등 각종 빌보드 인기 곡을 배출한 이 작품에서는 1962년에 제3위 곡”DoYouLove Me”(카운터 즈)이 26년 만에 차트에 다시 입당 제11위에 그친다는 성과를 거뒀다.
로빈, 윌리엄스의 걸작”굿모닝 베트남”(1987년)에서는 명곡”What A Wonderful World”(루이, 암스트롱)의 부활을 소개했다. 1967년 제1회 발표 당시는 빌보드 순위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20년 만에 32위까지 상승하고 전 세계적 히트를 기록했다.
패트릭, 스웨이지의 전성기를 이끈 『 사랑과 영혼(Ghost)』(1990년)에서는 라이챠ー즈·브러더스의 1965년 제4위 곡 『 Unchaned Melody』이 25년 만에 빌보드에 다시 진출에 성공했다. 이때는 1990년 다시 녹음 버전(19위)와 1965년의 원곡(13위)가 모두 히트하는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한 아티스트가 부른 동일 곡의 2가지 버전이 빌보드 20위에 동시 진입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한편 한국에서는 박·일 준이 이 곡에 한국어 가사를 붙이고 리메이크한 1978년작”오!”지나”가 영화의 국내 흥행 덕에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등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재소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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